[학생원고]영상과 이미지 언어 (ABC_04_01) by YO

Ways of Seeing_ 존 버거

by YO

1. 영상과 이미지 언어
보는 것이 문자에 선행한다.
우리는 무언가를 보고 문자를 통해 설명하려고 한다. 마그리트의 <꿈의 열쇠>가 문자와 보는 것의 차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우리가 사물을 보는 방식은 우리가 알고 있거나 믿고 있는 것과 관계있다. 보는 것은 시선을 준다는 것이고 시선을 준다는 것은 선택하는 행위인 것이 다. 그 결과 우리가 본 무언가가 우리 영역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한 사물에만 시선을 주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시선은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기 때문에 사물을 그 것 하나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주변 대상과의 관계지움으로써 인식한다. 그 래서 우리 앞에 무엇이 존재하는가를 알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에 시선을 주듯이 우리 자신도 그 시선을 받는 대상이 될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시선과 나의 시선이 마주침으로써 우 리가 세계의 일부임을 알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이미지에는 우리가 보는 방식이 드러나 있다.
사진을 찍을 때에도 내가 어떤 장면을 찍었다는 것은 수많은 장면들 중 그것을 선택했다는 것 이고 그 선택에는 나의 보는 방식이 반영된 것이다. 화가의 보는 방식도 작품 속 그려낸 상징 들에 의해 드러나는 것이다. 모든 이미지가 하나의 바라다보는 방식을 드러내 주기는 하지만 하나의 이미지에 대한 우리의 지각이나 평가는 우리 자신의 보는 방식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 다. 그래서 이미지는 이미지를 만든 사람의 특정한 시선이 드러나는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역사에 대한 인식이 깊어짐에 따라 개체성에 대한 인식 역시 심화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같은 정물을 보고 드로잉을 할 때 각각 그 정물에 대한 보는 방식이 다 르기 때문에 다른 드로잉이 나온다. 그래서 동시대에 사는 작가들에게서 다른 작품들이 나 온다. 스스로 자신이 보는 방식을 알고 싶다면 지금까지 작업했던 것들을 보면 된다. 사소 한 낙서에서부터 다양한 작업들을 보면 본인은 그냥 아무것이나 그렸다고 생각할지라도 무 의식중에 자신의 보는 방식이 반영돼있을 것이다. 그럼 모든 작업들에서 보여지는 공통적인 자신만의 시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술에 대한 선입견이 과거를 신화화하고 그것을 피하려면 현재와 과거를 분명히 알아야 한 다.
우리는 하나의 이미지가 예술작품으로서 우리 앞에 제시되면 그 작품을 바라보는 방식은 예술 에 대한 선입견(아름다움, 진실, 천재성, 문명 등)에 영향을 받는 게 사실이다. 이와 같은 예술 에 대한 선입견들은 세계 그 자체와는 별로 일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선입견들은 과거를 애매 한 것으로 만들고 신화화시킨다. 결국 현재에 대한 우리 자신의 불안이 과거를 신화화시키게 만드는 셈이다. 과거는 우리에게 현재에 대한 지침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신화화시키면 아무 관련이 없는 어떤 것이 되어 버리고 예술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과거의 예술이 신화 화되면 소수의 특권을 가진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어내고 그들의 지배적 위치를 정당화시킨다. 과거에 대한 신화화를 피하려면 작품의 회화적 이미지가 제시하는 현재와 과거의 구체적 관계 를 검토해야 한다. 작품이 만들어졌던 당시 과거와 현재 우리가 작품을 보는 관계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현재를 분명히 바라볼 수 있어야만 과거에 대해서도 타당한 질문을 제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술 작품이 예술 작품이라고 인식되려면 예술 작품이라고 정의해 주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 무언가는 유명한 비평가의 비평일 수도 있고 액자나 좌대 등 예술작품이라고 정의해 주는 여러 상징들이 될 수 있다. 즉, 예술 제도를 거쳐야만 예술 작 품이라고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다. 그럼 예술이 아닌 것이 제도를 통해 예술인 것처럼 나타날 수도 있는데 우리가 이것에 속지 않으려면 작품을 그 자체로 감상할 줄 아는 것이필요하다.

사진기의 발명으로 보는 방식과 회화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원근법에서의 보는 방식은 보는 주체가 세계의 중심으로 모든 것을 보는 게 가능하다. 그런데 중심이 어디에도 없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기가 발명돼 원근법의 모순을 명백히 보여주었다. 사진기의 발명으로 보는 방식에 커다란 전환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회화에 즉각 반 영되었다.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 회화는 두 장소에서 동시에 보여질 수 없었지만 사진기가 그 림을 복제(재현)할 수 있게 됨으로써 그림의 이미지가 가진 고유성은 사라지고 원작품의 의미 가 달라졌다. 원작품의 고유성이란 여러 복사본 중의 ‘원작’이라는 뜻 이외에 별 의미가 없다. 이것은 원작품의 의미가 그 자체의 독특성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는가라는 특정 장소의 유일성에서 찾아진다는 것이다. 이 특정 장소의 유일성은 문화적 맥락에서 보면 시장 가치이다. 이제 작품은 그것의 내용이나 이미지가 주는 의미가 아니라 작품이 가진 시장가치 에 따라 받아들여진다.

이 시장가치는 곧 돈을 말한다. 작품이 비쌀수록 더 희귀하고 고유하 다고 여겨진다. 작품의 가치가 작품 자체만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여러 제도들을 통해 작품 의 가치가 측정되기 때문에 자신의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제도들을 거쳐야 한 다.

복제 기술에 의해 회화의 이미지는 스스로를 주장해야만 하게 되었다.

그림을 복제할 수 있게 되면서 그림의 이미지는 매우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게 되었 다. 작품 전체에서 일부분을 따로 떼어 사용하기도 하고 영화의 보조물로 사용되기도 한다. 또 회화는 많은 경우 다른 문자적 언어와 함께 복제되는데 이때 회화의 이미지는 변화된다. 즉 회화의 이미지는 그것이 제시되는 전체 상황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전달되는 다른 정보에 대비되어 스스로를 주장해야만 하게 된 것이다.

복제 기술에 의해 작품의 이미 지가 단독으로 보여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다른 요소들과 함께 보여진다. 그래서 이 주변 요소들에 따라 의미가 변한다. 예를 들어, 같은 작품의 이미지가 학급 단체 티셔츠에 있을 경우와 명품 브랜드의 한정판 티셔츠에 있을 경우를 비교해 보면 같은 이미지일지라도 받아들이는 의미가 달라진다. 이렇게 회화의 이미지가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더 더욱 회화는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복제 기술로 과거 예술작품의 권위나 고유성은 사라졌지만 원화와 복제품은 분명 차이가 있 다.
역사적으로 보면 예술의 권위란 그것을 소유한 계층의 권위였다. 이것을 깬 것이 바로 복제수 단이다. 예술작품이 복제되면서 소수의 상위 계층만 소유할 수 있는 그 권위가 사라지게 되었 고 예술이 일상생활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제는 박물관의 카달로그나 안내 테 이프를 통해서만 유일한 원작의 이미지를 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과거의 예술품은 이제 복 제시대 이전에 지녔던 권위나 고유성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하지만 원화와 복제품은 분명 다르다. 원화를 바라볼 때 우리는 질료 하나하나에 침묵과 정적이 스며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으며 화가가 그 작품을 제작할 때의 동작을 하나 하나 추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우리의 이런 감상은 원화가 제작될 당시와 감상하는 시점 사이에 놓여진 간격을 좁혀 주고 이런 의미 에서 모든 예술작품은 현대적이다.

복제품이 만들어지면서 작품의 이미지에 쓰임새가 생겼 다. 어떤 글을 설명해준다든가 어떤 상품의 장식이 되어준다든가 원화에는 없던 기능을 하 고 있다. 그래서 이미 복제품의 시대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원화와 복제품의 가치를 비교하 는데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각각 다른 상품으로 보고 원화는 원화대로 복제품은 복제품대 로 역할을 하는 것에 집중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