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방가르드와 대중문화, 오늘날의 미술과 문화 (ABC_03_3) by YO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마지막 시간

by YO

9. 아방가르드와 대중문화
미술과 대중문화는 서로를 정의하면서 동일한 역사적 지위를 차지했다.
미술관은 화랑을 체계화-제도화한 것이며 미술관의 상업적 대립항인 백화점은 작은 가게를 체 계화-제도화한 것으로 이 모든 제도들은 19세기에 발전했다. 18세기 서구에서 우리가 순수미 술이라고 여기는 것은 귀족층들의 소품들이나 생활배경이고 대중문화라고 여기는 것은 민속전 통과 유사한 것이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컴퓨터, 텔레비전과 같은 신기술이 대중문화를 창조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고 현대미술에서 독창성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것처럼 대중문화에서 는 새로움이 찬양받게 되었다. (독창성과 새로움은 언뜻 비슷한 의미 같지만 독창성이 새로움 보다 좀 포괄적인 개념인 것 같다. 국어사전에서 독창적은 다른 것을 모방함이 없이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거나 생각해 내는 또는 그런 것이고 영어로는 creative, original, inventive 등으로 표현된다. ‘새롭다‘는 지금까지 있은 적이 없다, 전과 달리 생생하고 산뜻하 게 느껴지는 맛이 있다, 매우 절실하게 필요하거나 아쉽다 라고 국어사전에서 정의하고 있고 영어로는 new, fresh, original 등으로 표현한다. ’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의 저자는 다 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독창성과 새로움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 독창성은 과거나 현재의 다른 것과 같지 않다는 의미가 아니다. 자신의 중심부에서 나오는 것은 독창적이다. 우연히 오래전에 누군가가 남긴 것과 비슷한 예술품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것이므로 독창적이다. 독창적으로 보이고 싶다는 마음에 첫 번째 아이디어를 뿌리치고 엉뚱한 것에 손 을 뻗치는 일도 벌어진다. 첫 번째 아이디어가 자기만의 영감을 담고 있는데도 말이다.[놀이, 마르지 않는 창조의 샘 中] 그래서 현대미술이 독창적이지만 새롭지 않아서 대중문화로는 받 아들여지지 않는지도 모른다. 반면 대중문화는 새로울지라도 어떤 한 사람의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주로 기술들에 의해 새로움이 나온것이기 때문에 현대미술에 포함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작가의 생각으로부터 나온 작품들에 새로움이라는 요소를 포함시킨다고 현대 미술이 대중문화에 가까워지는건 가능하지만 완전히 대중문화가 될 것 같지는 않다.) 현대미 술 초기에 틀루즈 로트레크나 피에르 보나르 같은 화가도 공연 포스터를 그리는 등 대중문화 를 주제로 하려고 했고 다다의 미술작품에서도 신문, 광고 등에서 많은 영감을 끌어냈다. 대 중문화를 주제로 한 팝 아트나 일련의 포스트모더니즘적 경향은 그런 구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
모든 것은 주변 영향을 받고 형성된다는 이론들이 나왔고 미술에서도 이것을 보여주었다. 20세기 초 많은 분야에서 이 세계의 현상들은 항상 변하는 역사의 일부라고 여겨 많은 변화 가 있었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같은 이론들이 나왔다. 이때 페르디낭드 소쉬르가 <일반 언어학 강의>(1916)를 출판해 언어가 인위적인 사회적 구축물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미술에서 는 피카소와 브라크가 콜라주를 하였고 뒤샹은 레디메이드를 만들었다. 콜라주는 회화와 대중 문화 사이의 경계를 허물었고 창의성에 대한 미술가의 자율적이고 절대적인 관계에 모순이 드 러나게 했다. 콜라주를 하기 위해 브라크와 피카소는 자신들이 생산하지 않은 요소들을 사용 해야 했고 그리하여 창조를 하는 미술가들의 능력이란 그들 밖의 것에 의존하고 있음을 시인 했다. 뒤샹도 피카소와 브라크와 같이 무엇인가를 창작하는 것은 자신 외부에 존재하는 것들 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들의 작품들이 갖는 함축적 의미 는 우리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일들이 특정한 역사와 문화에 의해 형성될 뿐만 아니라 재현하는 것과 소통하는 방식도 성gender과 인종, 국적, 역사 등에 의해 형성된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대중매체가 나왔고 미술가들은 미술을 일상생활에 통합시키고자 국제 아방가르 드를 형성했다.

이때 미술가들은 추상 미술이 현대 세계의 문제들을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라고 깨달았고 미술 을 창조적인 방법으로 일상생활에 통합시키고자 했다. 그래서 그들은 국제 아방가르드라고 일 컬어지는 모임들을 형성했다. 이 모임 중에는 미래파, 표현주의자, 다다이스트, 초현실주의자, 데 스테일, 바우하우스 등에서 작업하는 이들이 있었고 회화와 조각을 계속 제작하는 동시에 20세기 초는 대중매체들이 처음 형성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잡지와 책을 출판하는 등 미술을 일상생활과 접목시키려 노력했다. 아방가르드는 19세기 프랑스 예술계에서 쓰이기 시작한 전 위를 뜻하는 군사용어로 혁신과 실험을 중요시하는 태도나 집단을 말한다. 반부르주아적 특성 을 지니며 모더니즘과 깊은 동반 관계를 맺고 있는데 모더니즘과 달리 아방가르드는 대중매체 를 적극 활용해 예술과 삶의 틈을 없애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국제 아방가르드들이 꿈꾸었던 목표는 실현되지 못했다. 대중매체를 앞서가지 못했고 대부분의 순수미술의 제작과 수용은 화 랑과 미술관 등 대중과는 거리가 있는 영역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대중매체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대중적 이미지의 창조로 제2차 세계대전 중 각국의 정부들은 선전을 위해 미술과 대중매체의 특징을 이용했다. 독일에서는 히틀러가 바우하우스를 폐쇄하고 아방가르드를 금지 시킨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무솔리니의 지원을 받는 등 1930년대와 1940년대의 국제 아방가르 드는 다양한 운명을 맞게 되었다. 전후 많은 미술가들은 정부들이 선전을 위해 미술을 이용하 는 것에 반대하면서 1940년대 말과 1950년대초에 걸쳐 잭슨 폴록과 같은 추상표현주의자들은 순수성과 진지함을 보여 주는 추상화 같은 작품으로 회귀했다. 국제 상황주의 미술가들은 제2 차 세계대전 이전의 아방가르드의 전통을 이어 다양한 매체를 이용했지만 그들은 전후 자본주 의와 대중매체의 모습에 주목해 소비사회의 상품 숭배와 스펙터클의 사회를 비판하면서 일상 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술사에서 여러 사조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주로 기존의 것을 반대 해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해서 나왔다. 그리고 이 현상이 반복됐다. 현대 미술은 뚜렷한 사조 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조들이 있다. 이 사조들 중에 하나를 선택하든 여러 개를 선택 해 혼합을 하든지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다. 여기서 무엇을 선택해 어떻게 사용하든 목적 과 이유가 있으면 작업하기 더 수월할 것 같다. 그리고 그 목적과 이유가 작가에게서 나온 것 이어야 이 책에서 말하는 미술이다. 이전의 것을 반박해 새로운 형식을 만든다면 새로울 수 있고 잠시 주목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장식만 요란한 내용은 없는 작품이 될 수 있다. 내용과 형식을 항상 같이 생각해야 한다. 내용은 없이 장식만 요란한 작품보다 기존 형식을 사용한 내용이 있는 작품이 낫다. 그리고 내용이 있다면 그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고민하고 그러면 결국 자신만의 독창적인 형식이 나올 것이다. 칸딘스키가 말했듯이 정신이 물질을 지 배해야 하는 것이다.)

10. 오늘날의 미술과 문화
전후에는 미술체계들이 미술작품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순수미술이 성취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미술가들의 기대뿐만 아니라 현대 미술에 대한 신화 자체가 변화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미술은 아직도 대부분 정해진 미 학적인 체계, 즉 화랑과 미술관, 미술사 등의 테두리 안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이것은 20세 기 전반의 다다나 바우하우스 등 미술의 틀을 해체하고 미술의 실천과 교육, 수용 등을 위해 새로운 제도들을 창조하고자한 모습과는 다른 것이다. 전후 특히 1960년대와 1970년대 이후 미술체계들은 어떤 의미에서 개별적인 미술작품들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미술가가 그림의 구성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기 위해 미술기사를 읽기 보다는 미술품의 경매 가격이나 유명 미술관을 운영하는 사람은 누군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갖는다. 오늘날 위대한 대

부분의 미술가들은 개성적인 작품 창작에만 몰두하지 않고 미술체계들과 상호 작용하는 오브 제나 프로젝트, 설치 작품 등을 제작한다. 그렇다고 미술체계들에 의해 미술가들이 완전히 조 절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앤디 워홀은 문화 제도를 이용해 대중문화와 미술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했다.

순수미술은 대중문화만큼의 접근성은 없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대중문화의 힘과 비교해 미술의 영향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예를 들어, 신디 셔먼의 초기 <무제 영화스틸>과 마돈나는 가부장적 관습에 도전했다. 그런데 왜 마돈나가 신디 셔먼보다 더 보편적일까?
순수미술은 대중문화만큼 일반인들에게 접근할 수가 없다. 순수미술은 비교적 소수의 여가활 동이며 고부가가치 투자대상으로서 지위가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순수미술이 대 중문화에 비해 일반인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순수미술의 힘이 강하지 않은 것이 아 니다. 미술은 우리 사회에 엄청난 중요성과 위치를 지니고 있다. 때로는 대중문화와 교차하거 나 결합하는 매우 강력한 하위문화중 하나이고 최상의 상태일 때는 풍부한 표현과 아름다움, 그리고 엄격한 사회비판을 제공한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미술가들은 우리가 세계를 다 른 방식으로 보도록 도전하기 때문에 예언자적 구실을 한다. 그들은 우리 문화를 계몽적이고 도 어떤 때는 아름다운 방식으로 재현하며 새로운 개념-새롭게 보는 방식-을 위해 우리의 정 신과 영혼을 준비시켜 주는 것이다. 새로운 매체와 테크놀로지가 등장할 때마다 시각예술의 성격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그 변화는 미술을 무력하게 하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100여 년 전 사진과 회화의 관계에서 보듯 잠재하고 있던 가능성이 부각되어 혁신적인 변화로 나타나기 도 한다. (미술사조들이 나타나는 패턴을 보면서 그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 10장을 읽기 전에는 그들이 단지 이전의 것을 반박하고 새로운 것에만 목말라하 는 듯이 보였다. 이전의 것을 교체할 때는 목적이 있어야 전체적으로 발전할텐데 그냥 교체에 만 집중하면 무의미한 것이다. 그런데 미술사는 전체적으로 발전했고 무의미한 교체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 그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인데 이 10장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그들은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보도록 미술로서 도전한 것이다. 작업을 할 때 미 술가의 이런 역할에 대해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미술로 드 러내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도 있고 평범한 현상을 작가만의 다른 시각으로 표현해 사람 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줄 수도 있다. 자신이 미술가로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 하면 어떤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또 어떤 형식으로 작업을 해야 할지 방향이 나올 것이다.)